폭식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글쓴이-송윤주>
“음식만 있으면 폭식을 하는데, 음식을 다 없애버려야 할까요?”
“가족들이 함께 먹어야 하는 음식을 혼자 다 먹어버려요. 그걸 보면 너무 화가 나요.”
“음식을 잔뜩 하느라 너무 힘들어요.”
“폭식을 하고 싶다고 하소연할 때, 하지 말라고 해야 할까요?”
“더러워진 변기를 볼 때마다 폭발할 것 같아요.”
식이장애 환자와 함께 거주하는 가족들은
병원을 찾을 때쯤에는 대부분
지치고, 화가 잔뜩 나 있으며, 실망과 좌절로 가득 차 있습니다.
늘어나는 식비 지출, 쉴새없이 더러워지는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환자의 나이, 환자와의 관계, 환자의 병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원칙은
폭식은 가족의 규제에 의해 호전되는 증상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병과 관계 없이 환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이장애 치료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폭식이 지속되는 동안,
폭식을 하는 환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가족으로부터 미움이나 비난을 받지 않도록,
가족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폭식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음식을 마련해주는 것이나,
폭식을 못하도록 음식을 숨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용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폭식으로 인해 줄어드는 음식은 가족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환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상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폭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집안일들 (더러워진 부엌과 화장실) 은
어머니만큼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더라도 스스로 책임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폭식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때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어떻게 살 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식이장애나 길고 긴 치료 과정은 가족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환자가 식이장애와 싸우는 길고 힘겨운 여정 내내
환자를 비난하고 미워하면서 짐을 더할지
아니면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든든한 동반자가 될 지는
당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