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편견들

 

1. 동성애는 병이다?

동성애는 병이 아닙니다. 1920년대 정신분석가들은 동성애는 병이며 분석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1952년, 정신과 질환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DSM-1에서 동성애는 질병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동성애에서 이성애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들이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치료는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우울증 유병률이나 자살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정신의학협회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개인의 성적 지향은 타고난 것이며, 전환 치료는 유해하고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밝혀졌습니다.

 

2.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되는 이유가 있다?

현재까지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되는 원인으로 인정받은 것은 없습니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되는 특별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성폭력 트라우마나 불만족스러운 이성 관계 경험 때문에, 친구나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서, 유전이나 태아기 신경 계통의 문제 때문에 등 지금까지 다양한 원인론이 제기해 왔습니다. 학자들은 각 원인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지만, 지금까지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한 원인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생물학적 요소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친구나 미디어, 가족 관계, 트라우마나 이성 관계 경험 역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3. 동성애는 개인의 선택이다?

동성애는 원하는 물건을 사듯이 성적 대상도 취향대로 고르는 것이며, 사회가 규제하지 않으면 동성애가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청소년 성 소수자들은 차가운 가족들과 사회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이렇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원망하며 괴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성애자나 남성, 여성이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선택해서가 아니라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성 소수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4.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에 걸리기 쉽고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를 퍼뜨린다는 편견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적 근거 없이,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에이즈는 HIV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이며, 동성애 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연구를 통해 HIV 바이러스 감염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와 관련이 있을 뿐, 동성애와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동성애와 에이즈가 관련이 높다는 뿌리깊은 편견이 있고, 많은 동성애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5. 호모포비아 (homophobia) 는 이성애자들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이다?

호모포비아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기본적인 의미는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성적 지향에 의하여 상대방에 대해 단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 외에, 동성애자 혹은 동성애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성애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이성애자들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 또한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내재화하고, 이것은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성 소수자의 권리 향상이나 인식 변화 만으로 성 소수자의 우울증 유병률이나 자살률이 곧바로 감소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6. 성 정체성은 후천적으로 결정된다?

1970년대 학자들은 성 정체성이 후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을 입증하고자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국내에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알려진 데이비드 라이머의 사례입니다. 당시 유명했던 성 학자 존 머니는 성 정체성이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의료 사고로 성기 일부를 잃은 남자 아기에게 성 전환 수술 및 호르몬 치료를 하고 부모로 하여금 데이비드를 여자아이로 키우도록 합니다. 존 머니는 연구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고 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후에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아기 때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자아이처럼 꾸며지고 대해지고 교육 받는 것이, 성 정체성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후에 데이비드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알게 된 후 다시 남성으로 복원 수술을 받아 남자로 살아가고 결혼도 하지만,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20대의 나이로 자살합니다. 이 연구 뿐 아니라 수십년간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성 정체성은 타고난 것이며 교육이나 치료로 변화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