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문제는 없어요. <글쓴이-송윤주>
단호하게 “가족 문제는 없어요.”라고 말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직접적으로 언쟁을 하거나 싸우지 않는 가족인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 내에 갈등을 허용하지 않는 무언의 규칙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가족이 강렬한 감정 표현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갈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불평이나 의견 차이는 가족의 유대감을 위협하니,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것이죠.
가족을 보호하고 사이를 가깝게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것은 아이들에게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의견 차이와 다름을 표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믿고 소중하게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때 37.2kg 이었던 18세 A양은 3년간 치료를 받아 현재 정상 체중 범위 내에 있습니다.
그녀는 많은 거식증 환자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어린 시절을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항상 착한 아이였어요. 학교에서도 모범생이었구요.
저는 부모님이 싸움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오빠나 제가 한 번이라도 언성을 높이면, 엄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쉿. 자, 이제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렴.’
누가 부드러운 말투로 화를 낼 수 있겠어요?
저는 계속해서 착한 아이이자 모범생으로 살았어요. 한 번도 반항한 적 없었죠.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체중이 줄어들자 저는 처음으로 진정한 짜릿함을 느꼈어요.
엄마는 속상해했고 더 먹게 하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안 먹는다는 것은 제게 힘이 생긴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것은 모두를 즐겁게 하는 대신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거였죠.”
식이장애는 무엇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이에게 식이장애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가족 모두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의 노력만으로 아이의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회복을 도울 수 있고, 더 솔직하고 건강한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