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글쓴이-송윤주>
“선생님, 저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꽤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버티고 살아내니 살아졌고… 괜찮은 날들도 오더라구요.
걔도 그 시간만 어떻게 넘겼다면… 지금 살아있을텐데…
오늘 날씨가 너무나 좋고, 꽃도 피고…
그게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가장 아픈 순간은 이별을 하는 순간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구요.
오히려 상처를 추스리고 그 사람이 없는 삶에 익숙해질 무렵,
그 사람이 없이도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때로는 더 아픈 것 같습니다.
제가 내담자를 처음 만났던 건 몇 년 전 내담자가 식이장애를 겪을 때였습니다.
다행히 병으로부터 회복해서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던 내담자가
작년에 다시 저를 찾아온 건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였습니다.
몇 달 간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버텨냈다고 생각했고,
다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내담자는 예약을 앞당겨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내담자는 조용히 흐느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가끔 잊고 행복하다는 것이 또 다른 아픔이 되는
남겨진 사람의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그 슬픔을 안고 잘 살아가는 건지 모르겠다는 내담자의 말에
저도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행복할 땐 행복해서 슬플 땐 슬퍼서 떠오르는 기억들을
우리는 어떤 형태로 삶에 포함시켜야 하는 걸까요.
그 아픔을 그러안고 방을 나서는 내담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하지 못했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 때 버텨줘서, 이렇게 살아줘서,
살다보니 괜찮은 날도 오더라고 말해줘서,
고맙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