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서도 지속되는 심한 편식, 그저 나쁜 습관일 뿐일까? <글쓴이-송윤주>
A씨는 어려서부터 편식이 심했습니다.
늘 먹는 몇 가지 음식 외에 다른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죠.
A씨의 건강이 걱정되었던 부모님은
달래기도 하고, 혼도 내고, 심지어 이틀을 굶기기도 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크면 나아질 거라고 믿고 기다렸지만,
A씨는 초,중,고 내내 한 번도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급식에 나오는 낯선 음식들을 도저히 먹을 수 없었으니까요.
A씨는 언제나 학급에서 가장 체중이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대부분의 모임에서 밥이 빠지지 않으니,
동아리 활동이며 선후배와의 만남도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A씨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런 면을 알고 이해해주는 가족과 소수의 친구들 뿐입니다.
A씨는 회피/제한형 음식섭취 장애(Avoidant/Restrictive Food Intake Disorder; ARFID)의
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보여줍니다.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먹는 행위를 ‘즐거움’이 아닌 ‘논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생물학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식을 피하는 패턴은 오랫동안 지속되며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섭식장애와 다른 점은
그들이 외모나 체중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다음 3가지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새로운 음식에는 이상하거나 강렬한 맛, 질감 또는 냄새가 있기 때문에 익숙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2. 음식과 관련된 공포스러운 경험(구토, 질식, 알러지 반응 등)이 있었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먹는 것을 중단한다.
3. 배고픔을 별로 느끼지 못하거나, 먹는 행위가 귀찮게 느껴지거나, 쉽게 배부름을 느낀다.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은 제한되어 있으며,
대부분 흰 빵, 프렌치 프라이, 사탕이나 초콜릿, 치킨 너겟, 피자, 국수, 크래커, 시리얼 등
단순한 맛을 가진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음식의 종류나 양을 제한할수록,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한된 음식만 먹다가 새로운 음식을 먹으면 그 맛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질 뿐더러,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사회 생활이 제한되니 새로운 음식을 먹을 기회도 점점 줄어들거든요.
게다가, 제한된 음식 섭취는 영양 결핍, 낮은 체중, 성장 둔화, 피로감, 체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좋은 소식은
이런 행동이나 패턴을 변화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회피/제한형 음식섭취 장애는 정신과 질환이며, 단순히 편식을 하거나 고집스러운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단계적으로 음식의 양과 종류를 늘려감으로써,
조금씩 나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