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내 딸을 알아가는 일 <글쓴이-이정현>

내가 낳은 딸이니 내 딸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가 “거식증”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고통과 시간이 필요했었다고 하시네요.

아이를 겨우 설득하여 치료를 시작하였고,
다행히 아이가 상담시간에 속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잠시.

그저 남매끼리의 툭탁거림이라 생각했었던 일에도
딸아이는 남동생에 대한 분노감과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주시 못한 부모에 대한 원망을 마음 속 깊이 쌓아두고 있었으며,

친구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아 했지만
담임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학교에서는 밝게 잘 지낸다고 하시어
딸아이가 그저 징징거리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그동안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리고 담임 선생님 조차도 몰랐던
트라우마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내딸이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내 딸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생각해보면 부모인 당신도
어려서 당신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당신의 부모에게 고스란히 전달하지 못했지 않았습니까?
걱정할까봐,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까봐,
그리고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어서 말입니다.

어쩌면 “거식증”은
부모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내 딸에 대하여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도대체 내 딸에게 왜 이런 병이 생겼지?’ 라는 마음가짐보다
‘그래, 나도 몰랐던 내 딸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 보자’ 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