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딸이라면 어쩌시겠어요? <글쓴이-이정현>

제가 애정을 가지고 치료를 시작한 어느 환자분의 어머니께서
어제 제게 던지신 질문입니다.

3년 전부터 식이장애 아닌 다른 증상으로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약을 복용하였는데,
이 때 여러 가지 약물 부작용을 경험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약물치료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얼마 전 식이장애 증상이 심각해지면서 저희 병원을 찾으셨고
제가 환자의 폭식욕구를 좀 더 조절하기 위해
최근 약물을 좀 증량했었는데,
아무래도 어머니의 걱정과 불안이 높아지셨던 듯합니다.

그래서 제게 물으셨던 거지요.
“저는 엄마라서 걱정이 돼요. 선생님 딸이라도 약물치료를 하시겠어요?”

그러게요. 제 딸이라면 과연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실, 저는 종종
‘저 아이가 우리 언니의 딸이라면, 내가 우리 언니한테 어떻게 조언했을까?’
라는 마음가짐으로 어머니들에게 의견을 전하곤 합니다.

내 딸이라면 오히려 치료자로서 객관성과 이성적인 판단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남의 딸이라면 내가 담당하는 환자인 딸의 입장만을 너무 생각한 나머지 부모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앞으로 제가 또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되냐에 따라서,
제 입장과 의견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저 아이가 우리 언니 딸이라면, 내가 우리 언니한테 어떻게 조언했을까?’라는 마음으로
어머니들께 다가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