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가 치료 되기는 해요?

“식이장애가 치료되기는 해요?”

이 병으로 몇 년간 고생하신 여러분이나 여러분들의 가족이라면
상담시간에 저에게 한번씩 던지시는 질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이지요.
치료를 시작해도 이렇게 힘든데… 정말 낫기는 하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
저는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분명히 낫지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이때 제 눈빛이 흔들리지 않는데에는
여러 환자분들의 회복 과정에 함께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00 양이 회복되는 과정을 7년이나 지켜본 덕이 큽니다.

그녀와 제가 만난지가 벌써 7년은 되었나 봅니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먹기만 하면 구토를 했고 물도 마시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상담후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집에 가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5년전에는 입원을 4개월 정도 했었습니다.
병실에서 자해, acting out, 포효… 간호사 선생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요.
퇴원할때도 좋아져서 퇴원했다기 보다는, 더 이상 입원 기간을 늘린다고 크게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00 양 부모님으로부터
“낫기는 낫나요?”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퇴원후,
1년여는 집에서 은둔생활을 했고,
그 후 복학을 했지만, F 학점 여러개에 선후배 사이의 이런저런 오해로
마음고생도 많이 했었지요.
부모님도 00 양을 이해하다가도 다그치시고, 그러면 여지없이 그녀의 폭식은 심해지고 우울과 무기력도 심해지곤 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2년정도 참… 괜찮게 지내고 있습니다.

00 양은 여러차례 슬럼프도 있었지만,
많은 어려움에 맞서고 경험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차근히 성숙해지고 조금씩 자신감을 느껴가고 있는 중입니다.

00 양의 회복과정에는
1. 안정된 식사를 위한 꾸준한 노력 (물론, 절대로 입원은 다시 하지 않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마음이 짠하긴 합니다만…)
2. 진득한 병원치료 (그래도 참 신기한것이 저와 담당 상담사 선생과 00 양의 케미가 좋았습니다.)
3.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 (물론, 비난과 구박을 일삼으셔서, 제가 00 양 어머니께 싫은 소리… 정말 많이 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도 믿고 맡기고 치료에 보내주신 게 다행스럽고 감사하지요.)
이 있었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입원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그런 중에 00 양은 4개월을 입원했었으니, 얼마나 심각했겠습니까.
그리고, 입원했던 분들 중에서도 가장 심했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환자분이 바로 00 양입니다.

감사하게도,
이제 제 마음 속에는 아무리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을 뵈어도
’00이도 나았는데, 당연히 나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노력도 많이 필요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환자, 치료자, 가족이 힘을 모은다면
치료될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분 용기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