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힘든데 웃어?” <글쓴이-이정현>

“넌 왜 힘든데 웃어?”
“화 안나?”
요즘 그녀가 회사에서 동료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회사에서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고,
좋아하던 남자로부터 뒤통수도 맞았고,
폭식도 정말 많이 했고,
그래서 살도 쪄버렸는데
그럴수록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는 게 조절이 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속은 썩어 들어가는데,
계속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부모님으로부터 “요즘 좋아보인다”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네요.

저는 그녀의 깨달음이 우리의 치료에서 좋은 터닝포인트가 되리라 직감했습니다.

안그래도 그녀와 상담해 오는 동안,
힘든 얘기를 하면서 상냥하게 웃음짓는 그녀의 표정이, 뭔가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으니, 폭식이라는 방법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을 거라 판단됐었죠. 그러나 제가 그런 언급을 할 때 마다 그녀는 불편해 했었고, 저는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라는 생각에 좀 기다리고 있던 차였거든요.

저는 그녀에게 감정일기 쓰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그동안 누르고 눌러두어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감정상태 그대로를 다른 사람과 갑자기 나눌 수는 없을 테니까요. 상담시간에 치료자와 나누면서 충분히 다루어나가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폭식도 서서히 줄어들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