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고 싶은데, 낫고 싶지 않다 <글쓴이-이정현>

당연히 낫고 싶습니다. 아프고 힘드니까요.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낫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발견하곤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사실, 낫고 싶지 않은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나으면 뭔가 또다시 힘들어지는 부분이 생기니까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보십시오.
마음 한구석에 치료에 대해서 저항하고 있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 오늘 뭔가 좋은 변화가 있었어도 내일이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변화는 의미가 없다.
2. 나아지기 위해서 체중이 늘어나고 싶지는 않다.
3. 남들처럼 먹으면 반드시 뚱뚱해 질 거라고 생각한다.
4. 나는 음식이 두렵다. 음식만 보면 조절하지 못할 것 같다.
5. 식이장애가 없는 모습으로 도저히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6. 내가 나아지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것 같다.
7. 내가 나아지면, 성적도 잘 받아야 하는 등 뭔가를 제대로 잘 해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8.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된다.
9. 엄마 아빠가 치료에 참여하다 보면, 분명히 의견충돌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가 나 때문에 엄마 아빠 사이가 나빠질까봐 걱정된다.
10. 식이장애는 이미 내 머리카락이나 눈과 같은 몸의 일부가 된 것 같다.
11.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
12. 식이장애를 포기하는 것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13. 치료자는 나에게 병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것이 내가 내 병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다.
14. 직장을 얻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다면, 또 언젠가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가 생겨서 마음이 안정된다면 식이장애는 저절로 없어질 것 같다.
15. 치료과정에서 노력하다가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그것이 나에게는 전부의 실패, 결정적인 실패처럼 여겨져서 괴롭다. 그래서 노력하기 주저된다.

치료를 받으면서, 치료에 저항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이런 고민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진정한 회복의 길을 걸었으니까요.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치료자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