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가 가족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

가족을 만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내담자는 가족을 치료 현장에 데리고 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어떤 가족은 치료자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내담자나 가족을 설득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치료자는 왜 가족을 만나려고 하는 걸까요?

근래에 들어 역기능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불행히도 이런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시간에 많은 내담자 또는 가족들이
어린 시절의 가족 내의 상처가 병의 원인인지를 묻습니다.
엄격했던 부모님, 혹은 술을 마셨던 아버지, 혹은 기대가 컸던 어머니 때문에,
그래서 내담자가 불행해진 것이 아니냐고요.

그러나 가족의 문제는 모두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관점은
일시적으로 죄책감이나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내담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족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처럼 여겨질까요?
그것은 우리가 가족 역동을 체계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하나의 체계로서, 구조적 패턴을 반복하면서 형성됩니다.
가족 체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규칙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구성원은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부모의 잘못 때문에 희생당했다기 보다는,
가족의 역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제 당하고 무력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치료자가 가족을 만나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부모님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라고 하려고 한다거나,
내담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무책임하게 부모님에게 사실만 알리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내의 역동을 파악하고, 가족과 동맹을 맺어서,
가족 구성원 내의 변화를 이뤄가기 위해서요.

개인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좀 더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 내담자가
그 변화를 지속시킬 힘을 얻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여전히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
상담실 내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 부모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 가족에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가족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