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글쓴이-송윤주>
저자 록산 게이/ 역자 노지양/ 사이행성
어렵게 어린 시절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는
여성 내담자분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것은 성인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어린 친구들은 오죽할까요.
많은 이유 때문에 아이들은 비밀을 간직합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말해봤자 왜 거기 있었냐는 비난만 받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말함으로써 걱정을 끼치고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요.
나만 잊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없었던 일이 되는 거라고 되뇌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발달과 성숙이 지지기반이 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상의 영향이 감소하는 성인과 달리,
아이는 삶의 중요한 시기 내내 계속해서 상처를 입은 상태로 지내게 되니까요.
그것은 아이의 내적 상태, 대인 관계, 타인, 세계에 대한 관점 등
삶의 모든 부분에 실로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소개해 드리는 책은 바로 성폭력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록입니다.
<헝거>에서 저자는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후
자신의 몸과 마음, 삶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를 낱낱이 증언합니다.
처음에 혼자 숨죽여 지내면서 폭식으로 고통을 마비시키던 저자는
점차 상처와 고통, 수치심과 자기 혐오를 마주하고 용감하게 싸우기 시작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성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고민해 본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세월이 흐르며 나는 살아남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고 ‘생존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게 되었으나 누가 날 여전히 ‘피해자’라 해도 신경 쓰지는 않는다. 나는 성폭행을 당한 순간 피해자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여러 이름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피해자이고 그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나는 그 전의 나, 두려움에 가득한 과거의 그 소녀가 아니다. 좋은 사람들이 내 인생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고 내 목소리를 찾았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덜 신경 쓰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 행복의 기준은 내 몸무게가 아니라 내 몸에 더 편안해하는 감정임을 배우는 중이다. 여성이 삶을 사는 방식과 몸을 다루는 방식을 너무나 독단적으로 규정하려는 이 악독한 문화적 관습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나 자신만이 아니라 더욱 알려져야 할 사람들의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