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글쓴이-송윤주>


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네 번째 소설입니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를 통해서,
저자는 우리가 단편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사람, 그리고 관계의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들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잘못된 판단, 잘못된 행동들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이 책에는 온 마을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아이들과,
그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주변의 어른들이 등장합니다.
성폭력 사건과 성소수자의 고통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선악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피해자의 부모과 친구, 가해자의 부모와 친구, 목격자의 부모와 친구,
성소수자인 아이, 그 아이의 주변 사람들…
본인이 저지른 일 때문에 어떤 입장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어떤 입장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는 모두가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삶의 무게와 고민, 선택과 결과를 심도 있게 그려냅니다.

“마야가 자신이 아니라 남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그리고 그 날 아침 창가에 서 있을 때부터 이 마을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이 마을과 이 날의 실상을 보여주는 끔찍한 단면이다.”

“로커룸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건만, 팀 버스에서 무수히 많은 밤을 보냈건만,
그 많은 대화와 우스갯소리와 피와 땀과 눈물을 함께했건만 아이는 코치에게 감히 가장 큰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다.
이건 배신이다. 다비드도 알다시피 엄청난 배신이다.
자기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면 코치가 실망할까봐 전사와도 같은 아이가 그걸 쉬쉬하고 있었다니
그가 어느 정도로 실패한 인간인지를 그보다 더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어디 있을까.
다비드는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한 자기 자신이 혐오스럽다.”
– 본문 중에서

소설은 당연한 것처럼 피해자를 따라다니는 수치심, 죄책감과 꼬리표가
원래 가해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무겁지만 통쾌한 결말을 맺습니다.
성폭력 사건, 성소수자라는 주제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 고민해 본 적이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