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글쓴이-송윤주>


천명관 지음 (문학동네)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치료를 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내가 만나는 가족 중에는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가족도 있고, 정말 가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냉랭한 가족도 있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왜 우리는 가족에게서 이토록 사랑을 갈구하고, 이렇게 큰 상처를 받으며, 이렇게 연연하게 되는 것일까.
[고령화 가족]의 가족들은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 그들의 평균 나이는 49세, 고령의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뻔뻔한 자식들이다. 그리고 그 얹혀사는 와중에도 그들은 서로 다투고 미워한다. 게다가 그들은 각자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있고, 일반적인 혈연관계도 아닌, 대단히 복잡한 관계다. 그러나 가족의 일원이 위기를 맞았을 때, 힘없고 나약한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냄으로써, ‘가족’을 구현해 낸다.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인 가정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시원이네 가족을 뽑았다고 한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는, 물질 만능의 현대 사회 안에서도, 사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어쩌면 날 것 그대로의 따뜻함, 인간적이고 끈끈한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좋은 집이나 옷, 좋은 학교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일지도 모른다. 가족과 나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