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이장애란?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분류체계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 에 따르면 식이장애는 크게 신경성 폭식증 (폭식증), 과식장애 (습관성 과식증), 신경성 식욕부진증 (거식증)으로 분류된다. 각 진단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폭식증 (신경성 폭식증, Bulimia Nervosa)

 

폭식증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양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고, 배부름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하는 식사 조절 능력의 상실이다. 또한 그렇게 폭식을 하고 난 뒤에는 체중 증가가 두려워 이를 보상하고자 하는 행동 (구토, 변비약/이뇨제 복용, 과도한 운동과 다이어트) 을 반복한다. 이와 같은 폭식과 보상 행동이 적어도 주 2회,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신경성 폭식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2) 습관적 과식증 (과식장애, Binge-Eating Disorder)

 

습관성 과식증의 가장 큰 특징은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습관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배가 불편해질 정도로 먹는 것이다. 주로 외로움, 슬픔, 우울감과 같이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 빈번히 발생한다. 과식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있으면서 6개월 이상 지속되었을 때, 습관적인 과식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조절력을 상실하여 과도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은 폭식증과 비슷하지만, 보상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폭식증과 다른 점이다.

 

 

3) 거식증 (신경성 식욕부진증, Anorexia Nervosa)

 

거식증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으로 음식을 거부하며, 이 때문에 적정 체중의 85% 이하의 체중을 가지고 있다. 체중 증가나 비만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체중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감량 노력을 한다. 이 병은 아주 특징적인 ‘왜곡된 신체상(body image)’을 나타낸다. 예컨대, 마른 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뚱뚱하다고 믿고 있다.

 

 

2. 흔히 동반되는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우울증
    우울감과 더불어 의욕이 없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의 충동까지도 느끼게 된다. 우울증은 식이장애가 호전됨에 따라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 치료 자체도 매우 중요하다.
  • 불안 강박증
    음식이나 먹는 행동과 관련된 불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사회공포증, 대인관계 공포증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식이장애에는 강박증이 일반인에 비해 4배나 많다고 알려져 있다.
  • 알코올 의존증
    식이장애와 알코올 의존증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임상적으로는 동시에 두 가지 문제를 가진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월경전기 증후군
    월경전기 증후군이 동반된 경우 식이장애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 변비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 변비가 흔히 동반되는데, 많은 환자들이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 때문에 변비약을 습관적으로 과량 복용한다. 이는 장 기능 이상을 유발하여 변비를 악화시킨다.
  • 부종
    식이제한, 구토, 이뇨제 복용은 전해질의 불균형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부종을 일으킨다. 부종을 살찐 것으로 오해하여 혹독한 다이어트로 해결하고자 할수록 더욱 악화될 수 있다.

 

 

3. 식이장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식이장애의 이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음식 이면의 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 하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아야 할까?

 

 

1) 식이장애는 조절감의 문제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생각했던 대로 체중이 감소하면, 이제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강렬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 만족감과 자신감은 배고픔을 견디어내도록 도와주며, 성취감은 다시 그녀의 만족감과 자신감을 배가시켜, 많은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식이 제한을 멈출 수 없게 한다.

 

 

2) 식이장애는 사고의 문제이다

 

식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해서 왜곡된 방식으로 생각한다.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계속해서 몇 십 Kg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고, 자신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여기서 살까지 찌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흑백논리, 즉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마르지 않았다면 뚱뚱하다거나, 1등이 아니면 못했다거나. 성공이 아니면 모두 실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3) 식이장애는 대처능력의 문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부딪혀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것이다. 이제 성인이 되었음에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자신의 판단력이 못미덥고 불안하다. 심지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런 혼란 속에서, 병은 그녀에게 자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변명을 제공해준다.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것이다.

 

 

4) 식이장애는 정체감의 문제다

 

자아감이 불명확한 그들은 식이장애가 자아를 대체한다. 병은 내적인 공허감을 채운다. 또한 그녀들은 병에서 낫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끝나고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5) 식이장애는 관계(relationship)의 문제다

 

식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오는 불만족감, 좌절감, 분노감을 음식을 통해 보상받고 해소하려 한다. 음식과의 관계는 그녀 삶의 중심이 되고,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선순위에 서게 된다.

 

 

6) 식이장애는 감정의 문제다

 

대인관계에서나 일상에서의 괴롭고 힘든 감정들을 느끼기 전에, 음식으로 무장하고 회피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배고픔과 같은 신체적인 신호나, 기쁘고 화나고 불안한 여러 가지 감정들 같은, 몸과 마음의 내부적인 신호들에 무감각해져버리고 만다. 한편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감정에 휩쓸리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7) 식이장애는 행동의 문제다

 

교육이 지나치게 엄격했거나, 조절력을 배우기도 전에 과도한 자유가 주어지는 경우에는, 적절한 행동조절 능력에 문제를 갖게 되어 자신의 행동을 필요 이상으로 억제하거나 행동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조절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여 폭식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