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인생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글쓴이-송윤주>

“선생님, 전에는 내 인생의 주인이 엄마였어요.
저는 엄마의 아바타였어요.
엄마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엄마가 하는 말은 다 옳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행동했어요.
지금 내 인생의 주인은 식이장애예요.
식이장애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식이장애가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식이장애가 제 삶을 좌지우지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전 제 인생의 주인이 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끌려 가는대로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과연 제가 제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도 죽을 만큼 두렵지만,
한 번 해 보려구요.”

환자는 오랫동안 식이장애를 앓아왔던 분입니다.
지난 시간 상담 말미,
처음으로 담담하게 진심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요.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나의 삶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깨닫고,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고,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실제로 바꿔가는 과정은,
때로는 대단히 길고 힘겹고 더디기도 합니다.
지금도 시작하기를 망설이고 있을 많은 분들과
이 조용한 웅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내 인생이지만 중요한 많은 것들을 앞세우다 보면
정작 가장 뒷전이 되는 것은 ‘나’일 때가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인생의 주인은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