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글쓴이-송윤주>


‘예쁜’과 ‘날씬한’을 뺀, 진짜 몸을 만나는 마음 다이어트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제스 베이커 지음/ 박다솜 옮김
Whale Books

20대에 줄곧, 나는 늘 내 몸에 흠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44-55 사이즈가 표준처럼 여겨지는 한국의 의류 시장, 가냘픈 몸매의 인형 같은 여성들이 가득한 TV와 잡지, 날씬한 체격을 타고난 주변 사람들, 내게 살을 조금 빼면 ‘정말’ 예뻐질 것이라고 알려주었던 사람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무도 내게 ‘내 몸은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고 생각해도 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체형에 몇 가지 단점이 있으며, 결코 모델 같은 체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수많은 코멘트들은 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 몸에는 ‘흠’이 몇 가지 있고, 그 ‘흠’을 없애기 전에는 어떤 종류의 옷은 입을 생각도 하면 안 되며, 인간이라면 그런 ‘흠’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다행스럽게도 몇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나는 새로운 생각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동안 순종해 왔던 무언의 압력에 드디어 불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정 신체 사이즈는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일지 모르지만, 몸을 즐기고 만족하는 것까지 특정 사람들만의 것이어야 하나? 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 만족하면 안 되지? 왜 나는 항상 옷매무새를 신경 쓰면서, 누군가 내 몸의 흠을 눈치채고 지적할 것을 걱정해야 하지? 내 몸에 닿는 옷의 감촉과 내가 좋아하는 색상과 모양을 즐기는 대신, 남들의 취향과 시선을 먼저 신경 써야 하지?
체형에 대한 불만족감으로 괴로워해 본 내담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뭔가 내 몸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보다 완벽한 몸매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처만 받으면서 한 번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의문을 가져봤던 내담자들에게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날씬함과 예쁨, 성형과 다이어트를 ‘강력히’ 권하는 세상에 한 번이라도 회의를 느껴 봤다면, 그 뒤를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이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아름답고 행복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우리는 그 이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 당신은 그 이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 내 몸은 내 것이고 내 인생도 내 것이며 어떤 개똥 같은 규칙도 내게서 내 몸과 내 인생을 뺏어갈 순 없다. 나는 더 이상 땀범벅이 된 채 식탁에 앉아 케이크와 기쁨과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나는 이제 미니스커트를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다닌다. (중략) 한때 다이어트를 해야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삶을 나는 지금 113kg의 몸으로 누리고 있다. 핵심은,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한 건 다이어트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건 오로지 나 자신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