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플라잉’ 치킨을 목격하다: 칼라의 사례 <글쓴이-송윤주>

칼라는 폭식증 환자입니다.
치료를 시작할 무렵, 칼라는 180cm의 키에 130kg의 체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칼라는 자신의 욕구나 감정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마음’ 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고요.

칼라의 어린 시절에는 이런 기억이 있습니다.
칼라의 어머니는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에 어떤 이유에선가 극도로 분노한 칼라의 어머니는,
식탁 위에 있는 통닭의 다리를 잡아 통째로 식탁 반대편으로 던졌습니다.
이것은 칼라에게 ‘감정’에 대한 아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칼라는 격한 감정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했고,
감정에 완전히 압도되는 것 이외에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칼라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폭식은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의 표현입니다.
내 안에서 달래지지 않고 안정되지 않는 강렬한 감정들을,
음식이라는 외부적인 수단을 통해 안정시키는 것이지요.
칼라는 감정을 들여다 보라는 치료자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고통스럽게 하나씩 감정을 인식하고 느끼고 말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폭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칼라가 가진 문제를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칼라처럼 어린 시절 방임되었거나 심리적, 사회적으로 박탈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은
전두엽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두엽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거나 관계를 맺는 게 어렵기 때문에
외부적인 자극 (음식, 술) 을 통해 감정을 달래고 완화시키려고 하게 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 시절에 손 한 번 댄 적 없다.”라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자신을 직접 때린 적은 없어도,
서로에게 격렬하게 화를 내는 부모님을 보면서 얼어붙었던 기억,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던 피폐한 어린 시절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섭식 문제는 결코 자기 조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섭식 문제는 환자들이 자신의 마음의 고통을 스스로 치유하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단순히 규칙적인 식사 조절이 아니라,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에 하나 하나 이름을 붙이고,
인식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섭식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Reference: ‘Treating Eating Disorders’ Jean Petrucelli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