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글쓴이-송윤주>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마르코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나는 지금, 쉰여섯 살이다. 나는 그 말을 들으려고 평생을 기다렸다. 너무 늦은 걸까? 우리에게는 너무 늦은 걸까?
우리는, 어머니와 나는, 너무 오랫동안 유랑했던 걸까?
나의 일부는 우리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살아가고,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게 안 맞는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덜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때늦은 말보다는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 모른다. (중략)
그 때, 내 안에 있는 뭔가가 활짝 열리기 시작한다.
나는 손을 뻗어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가난 때문에 이별을 맞게 된 아프가니스탄 남매가 평생 안고 살아가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과 관련된 여러 친척들과 보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감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사물의 이면에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등장인물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길고도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된다. 거기에는 늘 질투의 대상이었던 쌍둥이 언니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켜 언니를 떨어지게 했던 동생, 사랑하는 여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조카딸을 억지로 입양시켜 두 남매를 떼어놓았던 삼촌, 우연히 아프간을 방문했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한 소녀를 보고 반드시 도와주리라 다짐하지만 미국에 돌아온 후 팍팍한 일상에 치여 이내 소녀를 외면하고 만 의사, 아이를 입양했지만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상처만 남긴 어머니 등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죄책감에 평생 괴로움을 안고 속죄하듯이 살아가기도 하고, 용기를 내어 모든 것을 돌려놓기 위해 일어서기도 하고, 그저 회피하면서 삶에 파묻혀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그 누구도, 등장인물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사랑, 그리움, 상처, 나약함, 어리석음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조금씩 담고 있기 때문에. 죄책감에 잠을 못 이뤄본 적 있는 사람, 나도 모르게 내 잘못을 합리화해 본 적이 있는 사람, 공허감과 외로움에 힘들어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가 현재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결국 나의 긴 인생의 일부이며,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옳고 그름의 잣대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선택일 뿐이라는 사실이, 그 어떤 달콤한 위로의 말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